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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리뷰]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
서교수  2010-03-02 21:57:38, 조회 : 634, 추천 : 114

평점: 9점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

이 앨범의 추천곡

-Take Two
-인터넷전쟁
-Moai
-T'ik T'ak Fantasia
-T'ik T'ak
-Heffy End


이 앨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먼저 '라이브 음반'이라는 포맷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어차피 신보 개념과는 거리가 먼 라이브 음반이 소비되어야 할 당위성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근거를 통해 설명될 수 있는데, 우선 '현장감'의 문제가 첫째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확실히 라이브 음반에는 관객과 공연자의 소통 과정이 그대로 녹음되어 있어, 어떤 이는 이를 통해 공연 당시의 감동을 영구 소장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할 것이고, 또 해당 공연에 불참했던 어떤 이들은 간접 경험 혹은 대리 만족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을테다.다만 이 경우에 관객의 목소리나 대기 중의 소음은 분명 음악 그 자체의 온전한 감상을 저해하는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하며, 따라서 이는 많은 리스너들이 라이브 음반을 기피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대표적으로 내가 그렇다).그리고 일단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 앨범은 꽤 잘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전반적으로 관객석보다는 스테이지 쪽의 볼륨이 더 크게 레코딩 되어 있어 연주를 듣는 데 큰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부분부분의 소통 과정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 적절한 양념효과를 내는 데도 문제가 없다.이 부분에선 일단 상당히 좋은 배합이 나온 듯하다.

라이브 음반이 소비되어야 할 두 번째 근거는 '신선함'에 있다.한 마디로 콘서트에서만 공개되는 재편곡된 기존 히트곡들이라든가 공연용 레퍼토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가 여기 해당된다.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역시 이 앨범은 한 번쯤 '감상될 필요가 있다'.때로는 '스케일이 크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요한 감상 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있다(영화 <아바타>가 꼭 그런 예다).강렬함을 대표하는 록과 웅장함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가 정면으로 크로스오버된 이 앨범의 컨셉트는 그러한 거대 스케일이 주는 즐거움을 기본적으로 보장한다.안티-서태지들이 경기를 일으킬 '음악사적 의의'를 굳이 운운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면 대중가요 소비자로서 충분히 관심히 갈 만한 기획이라 할 만하다.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 넘어가자.우리가 '서태지 심포니'라는 타이틀의 이 앨범에서 기대하는 부분은 분명 '서태지'보다는 '심포니' 쪽이다.앨범의 포문을 여는 [Take one]과 [Take two]는 이런 기대를 멋지게 충족시키는 트랙들이다.오케스트라의 참여가 일반 가요의 스트링 편곡에 비해 가지는 강점 중 하나가 바로 풍부한 관악기 소리다.[Take one]에서는 프레이즈의 연결 마디마다 날카롭게 상승감을 부여하는 관악 사운드의 향연을 느낄 수 있으며, 원곡에서 서태지의 랩 이후 의뭉스럽게 늘어지는 신디사이저 연주로 이어갔던 부분을 다(多)음절적인 관악기 난입으로 편곡해놓은 [Take two]의 브릿지 구간은 단연 압권이다.특히 [Take two]에서는 날카로운 현이 훅의 끄트머리를 찍어 올리는 탓에 원곡의 괴기스럽고 어두운 분위기가 한껏 강화된 듯한 느낌이다.

또 한 가지 오케스트라가 가지는 강점은 합창단의 화성악적 위용에 있다.바리톤과 베이스 혼합의 합창이 웅장하게 깔리는 [F.M.Business]나 [인터넷 전쟁]과 같은 곡에서는 인간의 육성이 대단히 효율적인 악기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현악 스크래칭을 반복적으로 집어넣어 긴장감을 유발하는 [F.M.Business]의 도입부나, 곡의 시작과 끝에 클래시컬하게 덧붙인 [인터넷 전쟁]의 새로운 멜로디 구간 역시 감상 포인트다.좀 더 관현악단 본연의 사운드를 느끼고 싶다면 [Moai]나 [영원]을 추천한다.특히 따뜻하고 보드라운 질감의 클래식 넘버로 편곡된 [Moai]는 서태지의 보컬까지 완전히 스타일을 바꿔 원작과 다른 신선함을 선사한다.새삼스럽게 아-이 곡 멜로디가 이렇게나 좋았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앨범 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2CD를 플레이하자마자 이어지는 [T'ik T'ak Fantasia]-[T'ik T'ak]-[Heffy End]의 3연타 구간이다(말 그대로 3곡이 끊어짐 없이 자연스럽게 연타석으로 연결되어 있다).[T'ik T'ak] 원곡의 브릿지에 등장하는 건반 소절을 충실한 모티브로 하여 확장된 [T'ik T'ak  Fantasia]는, 제목 그대로 하나의 클래식 환상곡으로 감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깊이 있는 멜로디를 들려준다.이어지는 [T'ik T'ak]에서는 혼성 합창단의 화성악적 지원과 함께 다채로운 관현악기들이 총투입되어 웅장함의 절정을 이룬다.처연한 피아노 솔로가 곡을 마무리 짓고 나면 어느새 오케스트라의 공백을 뚫고 한가닥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점층적으로 커지던 사이렌 소리를 드럼의 파열음이 대체하고, 이제 [Heffy End]가 시작된다.여기서는 또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되어 경쾌한 관악기 사운드가 행진곡 형태로 곡의 머리를 끌고 내달리는데, 이 때 서태지의 외침과 관객들의 함성이 어우러져 상승감은 최고조에 이른다.순식간에 컨셉트 전환이 이루어지지만 또한 그만큼이나 굉장히 드라마틱한 전개다.전개되는 내내 강렬한 록 사운드에 밀리지 않고 맞대응하며 곡을 수놓는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역시 매력적이다.특히나 이 곡에서는 전체적으로 조율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전투적으로 달겨드는 듯한 관현악단의 적극적인 개입이 눈에 띈다.이렇게 밴드와 오케스트라의 대립각이 팽팽하게 유지되다가 마지막 소절 '난 너와 너와/깨끗한 Heffy End'에서 보컬이 원곡보다 반음 높게 올려치며 마무리를 짓고 나면, 동시에 밴드 사운드가 완전히 제거되고 오케스트라가 전면부로 돌출된다.그리고 역시 행진곡 형식의 경쾌하고 웅장한 마무리로 카타르시스는 상한선을 찍는다.이것은 분명 우리가 '서태지 심포니'에서 기대했던 최고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열했던 곡들과 달리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들도 있다(곡 자체가 나쁘다 좋다 이전에 앞에서 이야기한 이 앨범의 특징들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하는 얘기다).대체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이 그런 편인데, 본래 댄스곡이었던 걸 록으로 편곡하는 과정에 신경을 많이 쏟아서인지, 상대적으로 밴드가 오케스트라를 완전히 먹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이를테면 [죽음의 늪]이라든가 [교실 이데아], [Come back home]과 같은 경우는 훅에서 서태지의 그로울링과 함께 드럼, 일렉 기타의 볼륨이 너무 강조되어 있어 배경의 관현악 소리가 전혀 부각되지 못한다.그래서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사실상 일반적인 서태지의 라이브 음원을 듣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인데, 이런 부분은 확실히 아쉽다고 여겨질 만하다.

결론적으로 라이브 음반 치고는 꽤 수명이 긴 작품이 될 듯하다는 생각이다.기획 자체도 좋았고, 부가적으로 파생되는 상품들의 가치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다(코엑스 메가박스 M관에서 공연 실황을 상연하기도 했었다니 역시 서태지의 스케일 하나는 혀를 내두를만 하다).대중음악과 오케스트라의 결합을 생각해본 사람은 많이 있었겠지만, 사실 까놓고 말해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그만큼의 자금력이 있는 뮤지션이 아닌 이상 실행이 불가능한 하나의 '사업'에 가깝다.어쩌면 이건 국내에서 서태지만이 해낼 수 있었던 드림 프로젝트였는지도 모른다(그만한 대중적 인지도와 자금력에 일정 소속사에 묶여 있지 않은 신분을 가진 가수는 흔치 않다).그리고 이 음반은 그 한 순간을 잡아낸 기록이다.이런저런 아쉬움들이 남긴 하지만, 분명 'Great'한 음반이란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이걸 예의 그렇듯 '국내 음악계를 선도하는' 서태지의 또 하나의 결정적인 공헌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 서교수의 대중음악읽기
         http://blog.naver.com/prof_seo/12010170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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