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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의 새 음반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토론의 늪에서 서태지를 꺼내줄 시간
허재홍  (Homepage) 2009-11-04 07:25:13, 조회 : 936, 추천 : 177

서태지의 새 음반이 4년 7개월 만에 출시되었다. 그의 솔로음반들의 러닝타임이 대략 30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그가 음반을 만드는 간격은 늘 상당히 긴 편이다.

또한 그는 신보마다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들’시절의 갱스터 랩을 비롯하여 5집은 얼터너티브락, 6집은 하드코어 핌프락, 7집은 이모코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 항상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조류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편승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고, 이는 서태지 비판론자들에게 주요 공격지점이었다.

그런 인식을 비웃듯 새로운 싱글에서 서태지는 한국 어느 음악 족보에서도 본 일이 없는 ‘네이쳐 파운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다. CD를 걸어놓고 첫 곡 ‘모아이’를 듣고 있으면 그가 이 곡을 구상했던 장소인 이스터 섬만큼이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내용물을 살罹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찬사만큼 대단히 혁신적이지는 않다. 1, 2번 트랙인 ‘모아이’나 ‘휴먼드림’을 보면, 락을 기본으로 드릴 엔 베이스를 섞고, 그 위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양념으로 얹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현대 대중음악에서 중국집의 자장면 같은 존재고, IDM 비트가 도사리는 드릴 앤 베이스 또한 외국에서 10년 전에 유행했던 장르다.

폴리네시아 퍼커션의 촉감 정도가 새롭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굳이 시시콜콜하게 따진다면 그의 신보들, 아니 세상의 거의 모든 음반이 엄청나게 새로울 것도 없다.

결국 싱글에 대한 결론은, 서태지의 신작이 여러장르와 음색이 잘 섞인 상당히 좋은 음반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로, 신곡들이 빼어난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서태지는 다른 가수들처럼 노래에 존재하는 듣기 좋은 단 한 소절까지 닿고자 지겨운 1절, 2절의 어두운 터널을 강요하지 않으며, 메인 멜로디를 한 번 더 써먹기 위해 고답적인 브릿지를 우겨넣지도 않는다. 그의 노래는 항상 시작부터 끝까지 멜로디 펀치 세례였고, 신곡들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한 번 연주해보면 서태지 곡의 반주는 굉장히 쉽다. 새 싱글에서도 그가 주로 즐겨 쓰는 E, B, A, D 위주의 기본적인 코드가 등장한다. 많은 인디 밴드(서태지 음악의 기본 포맷은 락 밴드이다), 특히 90년대 모던락을 지향하는 밴드들은 마이너 코드 혹은 변형 코드의 유혹을 잘 이겨내지 못한다.

장조보다는 단조의 코드나, 기타의 개방현을 이용한 변형 코드는 몽롱한 화음을 내며, 연주에도 편하다. 그러나 서태지는 기본적인 코드만으로도 ‘있어 보이고 듣기 좋은’ 곡을 들려준다. 좋은 멜로디와 단순한 코드, 이는 비틀즈나 밥 딜런 등 좋은 뮤지션의 음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아직 싱글만이 발표되었기에 정식 앨범이 나오기 전에 그의 새로운 음악적 성과를 이야기하기에는 재료가 부족한 감이 있다. 싱글에 대한 만족과 함께 주목하고 싶은 것은 가사를 통해 살펴 볼 수 있는 솔로 활동이후의 서태지의 태도변화이다.

여전히 서태지의 음반이 출시될 때마다 그의 음악을 두고 제각각 서태지의 영향력이나, 철학, 장르에 대해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또 열심히 한다. 하지만, 솔로 이후의 그를 더욱 가깝게 이해하게 해주는 열쇠는 그의 가사에 있다. ‘아이들’ 은퇴 이후의 그는 한 시대의 기수나 선도자이기보다는 원하는 음악만 마음껏 하는 한명의 뮤지션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솔로로 돌아온 뒤의 그는 더 이상 ‘아이들’ 시절의 ‘컴백홈’, ‘교실이데아’, ‘시대유감’처럼 사회참여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솔로 음반 중 ‘인터넷 전쟁’ ‘FM Business’정도를 제외하면, ‘zero’나 ‘로보트’ 등 주요 곡들이 오히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리를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봐도 / 내겐 아무 관심도 없어 / 굉장한 일이었어 / 모든 게 달라지고 / 새로운 내 모습이 / 돌아오는 것 / 같았(take6)”다는 첫 앨범의 가사에서부터, 주위의 기대에 지쳐 은퇴했었고, 시선이 없는 곳에서 지내다가 단지 하고 싶은 음악 때문에 돌아 왔다는 신보 관련 인터뷰까지 전보다 한결 느긋해진 그의 심정과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서태지의 이번 싱글과 후에 나올 음반에 관련을 놓고 또 이러쿵저러쿵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비판하고 옹호하고 할 것이다. 이와 상관없이 그의 음악은 항상 일정 퀄리티를 보장하고 이번 싱글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이야기는 그만 하고 그의 음악이 마음에 들면 들으면서 맘껏 춤이라도 추는 게 그의 새로운 싱글을 대하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아니면 다른 가수를 듣고. 아마 서태지도 그래주길 바랄 것이다.      

동국대학보  2008년 09월 01일 (월)  허재홍 편집위원  funkyheoj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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