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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집리뷰] 네이버 이주의 앨범- 아침의 눈 리뷰
안병진  2009-09-05 23:32:03, 조회 : 908, 추천 : 131

<이 리뷰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안병진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서태지라는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괴상하지만 근사한 블록 장난감 만들기에 몰입한 아이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무언가를 집요하게 분해한 뒤, 어쩔 줄 몰라 하는 소년의 창백한 얼굴이다. 그는 파괴자와 완성자의 얼굴을 모두 가졌다. 돌이켜보면, 그는 기성 음악과 문화의 파괴자였고 새로운 음악과 스타일의 창조자였다. 그는 뮤지션이자 동시에 전략가였고, 늘 무언가의 리더였다. 앨범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했고 그래서 해외에서 유행하는 최신 장르를 남들보다 먼저 시도하거나 선점했다.

이번에 발매된 정규 8집 [Atomos]를 통해 서태지는 스스로 '네이처 파운드(Nature Pound)'라고 이름 지은 장르의 음악을 새로 선보였다. '자연의 감옥' 쯤으로 해석 해야 할 듯한 이것은 도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종이지만, 분명한 것은 유별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 새롭지 않으며, 게다가 그것을 모른다 한들 음악을 듣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차라리 음악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장르의 개념보다는, 앨범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키워드라고 해야 어울릴 듯하다.

알려 진대로 이번 앨범은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에 환경 보호의 뜻을 담은 노래들이 '노래'로써 존재했다면, 서태지의 이번 앨범은 노래를 넘어서 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다. 계산된 각본에 의해, 싱글 앨범을 차례로 발매하며 뮤직비디오로 스토리의 티저 영상을 제공했다. 싱글은 제각각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고 영상들은 후에 하나씩 짝을 맞추며 거대한 판타지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그러니까 영화에 '영화 음악'이 있다면, 서태지는 이 순서를 뒤집어 노래에 영상의 옷을 입히는 '음악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앨범은 전례가 없었던 두 차례 싱글 앨범 발매 방식으로 진행됐고, 가격을 좀 비싸게 받아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거대한 스토리에 어울릴 법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일부 앨범 커버와 영상은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차용하며 일부로부터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이 일련의 작업은 그가 '서태지'이기에 가능했고, 또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태지는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걸까?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수차례 앨범을 들으면서도 '지구를 지켜야'겠다거나 '북극곰을 꼭 살려 내야겠다'는 마음이 선뜻 들지는 않았다.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면서도 무슨 의미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가사 때문에 갸우뚱해야 했다. 글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이제야 겨우 의미를 알게 되었다. 오히려 이번 앨범이 좋은 점은 전작들보다 듣기가 편해졌다는 것과 막힘없이 '훅~가는' 그 멜로디 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정규 앨범에 새로이 수록된 '아침의 눈'과 'Replica'는 다른 트랙에 비해 개인적으로 별로였지만 전반적으로 록 기반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켜켜이 쌓아올린 틈이 촘촘해서 좋았다.

이번 [Atomos] 앨범에 대해 이슈 만들기를 좋아하거나 미디어를 이용하는데 능숙한 서태지의 또 다른 퍼포먼스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한결 편안해진 사운드가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고, 몇몇 트랙은 좋았던 10대 시절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여유마저 주고 있다. 음악에 영상 이미지를 불어넣는 것을 넘어서, 거대한 한 편의 스펙터클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은 그 결과물의 성과를 떠나, 영상시대 음악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도전한 재미있는 시도라 하고 싶다. 블록 장난감을 맞추다가 다시 부수고 이래저래 만들어보는 소년의 모습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쥐어짜는 강박이 아니라면, 그 자체로 얼마나 천진하고 난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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