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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taiji 8th Atomos Part Secret
문서인  2009-09-03 22:28:34, 조회 : 706, 추천 : 76




서태지 - Seotaiji 8th Atomos Part Secret
- 문서인 | 2009/03/22 21:54


작년 7월 말 [Seotaiji 8th Atomos Part Moai]의 발표 후 3월 10일 그의 두 번째 싱글 앨범 [Seotaiji 8th Atomos Part Secret]가 발매되었다. 물론 중간에 BERMUDA [Triangle]이 디지털 음원 형태로 발표되긴 했지만 음반 형태로는 이번이 두 번째다.

고백하건데, 그와 그의 음악을 말할 때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워진다. 그는 항상 평단이나 대중의 짐작에 불을 붙이고(점화 - ‘Priming’) 불이 막 타오르기 시작할 때는 저만치 물러서서 또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에 과거나 현재의 문화 수준으로 그를 논한다는 것은 2010년을 바라보고 있는 현시점에서 오히려 20년을 후퇴해서 90년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그를 말할 때는 항상 그의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그에게서 시작된 사회적인 이슈나 청년문화 혹은 하위, 비주류, 대안 문화에서의 담론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데뷔 17년이 지나버린 지금에서야 ‘순수한 그의 음악’을 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그가 들려주었던 힙합, 스래쉬 메틀, 얼터너티브 록, 하드 코어, 멜로 코어 등 모두 해외에선 이미 있는 음악이었고 서태지는 단지 그러한 낯선 비주류 음악들을 대중에게 좀 더 영향력 있는 위치에서 들려주는 이였다. 사실 과거에 서태지가 행했던 음악은 홍대 부근의 인디씬(Scene)에선 이미 익숙했던 음악이었고 그것은 ‘울트라맨이야’, ‘Issue’때도 마찬가지였다. 몰론 음악적인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그만의 색깔이 들어간 것은 분명하지만 스타일적인 큰 맥락 부분에서 보자면 -조금 냉정하게 말한다면- 그의 음악은 ‘답습’이었다. 그가 이루어낸 사전심의제도 폐지나 여러 가지 사회적 혹은 문화적 퍼포먼스를 제하고 그의 음악만을 논할 때는 안타깝게도 답습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무엇인가를 잘 숨기고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려 주는듯 하면서도 잘 내어주질 않는다. 문화생산자인 그가 무엇을 흘리면 문화비평가 혹은 문화주변인은 그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급하게 얻어먹기에 바쁘다. 문화 전반의 주도권은 대중을 위한, 수용자를 위한 문화 생산자 혹은 창작자가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화비평가나 문화주변인은 생산자, 창작자의 산출물을 대중에게 좀 더 쉽게 풀이해주고 소개해주는 ‘수단’의 역할이 되어야 할 뿐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창작자를 두고 비평가가 함부로 말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참으로 보기 불편해서 하는 말이고 서태지를 두고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주지했던 ‘그와 그의 음악을 두고 말할 때는 조심스럽다’에 대한 또 다른 변명이다.

저작권 문제나 방송 편집권 논란 등 아직까지 음악 외적인부분에서 그로 인해 이슈가 생기는 것은 그대로지만 그 정도를 놓고 볼 때 Atomos Part Moai 발표 후 부터는 비로소 이제야 그가 정말 그의 음악을 위해 집중을 하는구나 싶다.

물론 IDM이나 토이트로닉 등의 개념도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그리 낯선 용어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점은 비교적 어려운 그러한 음악적인 개념들을 대중적인 멜로디 속에 녹아들게 했고 그것이 적중했다는 것. 그가 말한 새로운 장르 용어인 ‘네이쳐 파운드’(Nature Pound)를 두고 음악 애호가들이나 관계자들끼리 많은 말들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트립합’이나 ‘슈게이징’이라는 장르 용어도 그 용어가 없는 상태에서 영국의 댄스뮤직 전문지 ‘Mixmag’의 기자 ‘Andy Pemberton’이나 음악잡지 ‘NME’에 의해 명명된 것이고 그것이 고정화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을 두고 미루어 보면 서태지가 명명한 네이처 파운드라는 장르적 개념과 그에 대한 근거는 이제야 그가 정말 그의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서태지를 두고 ‘사회적 반항아’를 기대했다면 이번 싱글앨범은 기대 이하일 수도, 하지만 ‘그의 음악’을 기대했던 이에겐 좋은 음반이 될 것이다. 명심할 것은 많이 들어 볼 것! 귀를 한 번에 사로잡는 ‘훅’은 선공개 된 ‘버뮤다’를 제하고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싱글은 많이 들어야 비로소 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버뮤다와 타이틀곡 ‘Juliet’, 그리고 숭례문 화재사건이 모티브가 된 ‘Coma’, 버뮤다의 리믹스 버전이 수록된 이번 [Atomos Part Secret]에서는 Part Moai와 비교해서 IDM이나 기타 새로움의 요소는 그 색깔이 옅다. 사운드는 어쿠스틱 기타에 조금 더 비중이 들어간 듯하다. 'Coma'에서는 곡 전반에 걸쳐 통기타 특유의 그 찰랑거림이 잘 녹아 들어있다. (사실 이러한 어쿠스틱함과 전자기타 특유의 리프, 요소요소에 묻어 나오는 전자음, 서정적인 멜로디간의 융합은 ‘Watch Out’에서도 어느 정도는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기타 사운드나 드럼 톤, 보컬 스타일에서는 상당부분 다르지만 잘 섞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잘 버무려 내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곡 후반의 절정부에서도 과거 울트라맨이야, Issue에서 들었던 그 육중한 디스토션의 기타 톤에 비해 비교적 고운 입자의 톤이 있을 뿐이다. 타이틀 곡 ‘Juliet’에서도 록기반의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헤비한 질감보다는 가벼운 오버드라이브 기타 톤과 전자음이 잘 교배되어있다. 이러한 사운드 스타일을 뒤로하고 이번 [Atomos Part Secret]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요소는 역시 ‘격정을 한 숟갈 덜어낸 멜로디’다. 반주의 큰 간극 기복 없이 곡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서정성 짙은 멜로디는 역시 그의 ‘대중 지향적’인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들리고 귀에 잘 감기는 소리가 좋은 음악의 미덕이라면 이러한 대중지향적인 그의 태도는 참으로 반갑다. 물론 그 대중적 스타일 이면에는 어떤 또 다른 음악적 ‘요소’를 숨겨 놓았을지는 수백 번은 더 들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첫 번째, 두 번째 싱글과 앞으로 나올 정규 8집은 앨범 간에 ‘이야기’라는 요소로 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구성이라 한다. ‘최초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단순 서사적 구성이 될지 온전한 스토리텔링을 이룰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이 또한 스토리텔링 전공자들에겐 담론 형성의 장이 될 터.

그러고 보면 서태지는 모든 사회적인 유행에 민감한 듯하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풀 앨범에서 싱글 단위의 앨범으로 변화한 음반 제작 방식이라든지 디지털 음원 발매(특정 통신사의 자신의 이름을 건 모바일 폰에서 들을 수 있는 등의), 현재 모든 문화콘텐츠의 유행인 스토리텔링 이라든지.

어쨌든 그가 가진 가장 큰 능력 중 하나가 이번 싱글에서 유독 잘 드러났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대중 일반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이거나 보편적인 정서를 그가 찾아내고 싶은 그만의 음악적 스타일 혹은 정서에 녹아들게 했다는 점과 그 사이에서 서로 교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슬럼프에 빠지고 후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서태지는 데뷔 20년을 바라보고 있는 ‘중견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지금이 전성기다. 그가 아이콘으로서 자리 매김한 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서태지와 같은 사회, 문화, 음악적인 이슈메이커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점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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