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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7집 감상문
20세기소년  2009-08-27 22:37:45, 조회 : 850, 추천 : 183

한동안 방황했다는 키가 훌쩍 커버린,
몇년만에 보는 사촌동생의 방에
Korn과 Limp의 씨디가 있었다.
어찌보면 그 나이에 당연한
말수없는 그녀석의 분위기에 걸맞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내 질문에
그녀석이 나열하는 낯익은 이름들에 의외의 이름이 끼어있었다.
서.태.지.

그녀석과 나의 10년 나이차를 고려해볼때,
특히 그대상이 국내뮤지션이었다는 점에서
그녀석의 대답이 당연한 의외일수밖에 없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엔 내겐 2집이 마지막이었고
98년도엔 군대, 00년에는 어학연수로 인해
어찌보면 서태지의 음악은 십년간 내 관심의 밖에 위치하고 있었고
티비에 나오는 그의 입국 장면은 내겐 그리 큰 뉴스거리는 아니었다.

서태지 앨범발매 다음날 아침
난 어떤부분이 10살 어린 그녀석의 관심을 끌었는지가 궁금했고
아마도 앨범구입후 바로 올린듯한 서태지의 신보를
아무런 어려움없이 다운받았다.
웹핑을 하며 윈앰프로 플레이되는 서태지의 신보는
기대감없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실망감없는 평범 자체였다.
거기다가 7곡의 실제곡수는
앨범 제작기간을 2년까지 끌어올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학교에 갔다 일찍 집으로 돌아온 난
삭제전 수순에 따라 컴퓨터를 키며 마지막 감상을 시작했다.
내가 기다려온 관심 앨범이 아니어서일까
무엇인가를 찾아내려는 진지함없이 그냥 편한맘으로
웹핑의 배경음악으로 켜놓은 서태지의 신보는
정확히 세바퀴째부터 갑자기 내 귀를 끌어당겼다.
마침 기타를 꺼내놓고 윈앰프를 끄려했던 난
계속 흘러나오는 신곡 음악들에 맞추어
들고 있는 기타로 코드를 따라 잡기 짚었다.
그리고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일반적인 규칙에서는 벗어나 있는
그래서 약간은 당황스러운
가요라서 그런가...
하지만 한참을 따라가던 난 신기함을 느꼈다.
전체틀은 4개의 코드안에 있었다.
상당히 흥미를 끄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앨범전체가 끝나갈무렵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든곡이 그러했다.

33여분의 앨범전체가 가장 간단한 원리로 시작된다.

앨범전체가 특별할것 없는 4개의 코드구조 틀안에 있었지만
verve, bridge, chorus를 확연히 구별할수 없는
마치 세마디에 두소절이 들어간듯한
그렇다고 한소절당 1.5마디도 아닌 기이한 구조
하지만 마지막에는 딱맞아 떨어지는
마치 싱코페이션으로 멜로디가 다음마디까지 이어지다가도
다음번 마디음을 한마디 앞으로 끌어당기는듯한
처음들었을때, 서태지다운 멜로디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만의 멜로디가 곡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욱 끌리는 멜로디는
확연히 머리속에 각인되지 않아서
더욱 내귀를 끌어 당기고 있었다.

최근의 미국챠트를 살펴보면
한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다.
앨범발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싱글커트된
3 doors down의 here without you가 무려 15주동안
빌보드 락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고,
그동안 2위에 머물던 nickelback의 싱글이
1위로 올라섰다는 사실이다.
어찌들으면 촌스럽기 짝이 없는,
하지만 전작들의 성공에 비추어보면 수긍이 가기도하는,
하지만 전작의 성공을 이어가지 못하는 밴드들이 속출하던
2003년에 벌어진 사건치고는 꽤나 의외였다.
하지만 3 doors down과 nickelbak의 차트성적 호조는
내관점에서는
작년 돌풍을 일으킨 Evanescence의 성공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언뜻들어도 확연히 다른 이 부류의 밴드들은
한가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바로 멜로디 라인의 부각이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십수년전 bad religion의 앨범에서도 쉽게 볼수있는
스래쉬(?)를 연상시키는 코어적인 기타반주 위에 위치하는
멜로디가 부각되는 보컬라인은
작년한해 챠트에서 호조를 보인 몇몇밴드의 공통점이었다.
69주가 지난 현재 락앨범차트 12위를 고수하는 Good Charlotte이나
2003년을 한달여 남겨놓고 발매된
전작들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확실히 전작들보다 이러한 흐름에 더 가까운
blink182의 신보또한 그렇다.

이러한 일련의 성향들은 분명 의도적인 편승은 아니다.
일정기간의 앨범준비기간 및 작업소요 시간을 고려해볼때
한곡당 마스터링 시간이 30분을 넘지않는다는
기네스북에 오르기 부족함이 없는
천원가치 이하의 어느 나라의 전형적 방법이
적용되기란 불가능이다.
메인스트림을 아우르는 시대적 흐름은
어떤한 정해진 법칙과 수순을 따르지는 않지만
어떠한 커다란 흐름을 형성해 왔다.
서로 약속이나 한듯한 그러한 전반적인 성향은
확연하게 설명될수 없는 그런종류의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건
97년 블렉메탈을 연주하던 국내 모밴드의 공연을 보며
작은 충격을 먹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러한 멜로디라인의 부각은 내게 최초는 아니었다.
몇년이 지난 최근의 신에서 전혀 다른 장르에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것이 놀라울수는 있을지언정.

국내에 수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몇몇 일본락밴드들은
분명 서구의 음악을 모태로하며 시작되었지만
짧은 기간동안 그들만의 오리지낼러티를 형성하며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냈다.
팝과 락이란 단어앞에 J라는 한글자를 더 붙일수 있는것은
어느나라의 말장난같은 말만들어내기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도 볼수 있다.
spitz의 음악을 처음 듣는 순간 몇몇 미국밴드의 이름이 떠올랐지만
누구의 아류라는 허울을 씌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pitz의 음악은
분명 그들과 공통분모를 공유하면서도
그들과 차별될수 있는 오리지낼러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던
동양적이라는,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연상시킬만한 고유함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싶었던 난
철저히 본토적인것만이 그 열쇠가 아닐것이란 생각을
바로 얼마전에야 깨닫게 되었다.
나라를 초월하는 같은 세대만의 공감은 분명 존재하지만
철저히 같을수는 없는 문화적 배경과 특수성은
완벽한 쌍둥이를 만들어 낼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에 많은 힌트를 부여해 주었던 일본음악은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될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고유함이라 규정지을수 잇는 그러한 개성을 가지며
메인스트림의 중심, 아니 전세계의 흐름에 맞추어가는
그러한 음악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나와야할때가 되지 않았을까.
가장 일본적이라 평가받으며 동시에 미국적 컬리지락을
그 어느밴드보다 확실히 보여주며
나의 오천만번 감탄을 끌어낸 spitz와 Mr.Children같은 음악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출현할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언더로만 머물어서는 안될 한국의 락밴드들의
오버그라운드 상승의 선두가될 수퍼스타가
이제는 나와야하지 않을까.
초딩학교 6학년 때부터 무려 16년간을 기다려온
물론 중간에 지쳐, 아예 포기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많은 이의 염원인 첫타자가
이제는 출현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정답일지 아닐지에 대해선 좀더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감히 첫번째라고 말하고 싶은 1번 타자는
아주 오랫동안 알고있던,
그리고 아주오랫동안 내안에서는 잊혀져왔던 서태지였다.

세대차는 아닐것이다. 롤링스톤즈는 인정할지언정
신중현이라고는 절대 말할수 없는 세대들에게
간과할수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소위 밀레니엄 시대의 수많은 기타키즈와 메탈키즈를
야기시킬 인물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바로 그다.

처음느낀 평범함은 대중성은 아니었다.
귀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고 대중에 먹히는건 아닐테니
서태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이유가 아니었다.
천만장의 다이아몬드 앨범에 이어지는 후속앨범이
상업적 참패를 당하는 황당이 낯설지만은 않은 지금의 음악씬에서
변덕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대중을 이런식으로 휘어잡는것은
이름만으로는 불가능이다.

평범으로 시작된 신보의 감상은
다시 한바퀴를 시작할때마다 수많은 버전으로 귀에 꽃힌다.
앨범전체를 꿰뚫는 멜로디가 플레이 될때마다 변신을 시도하며
33분 전체를 넘나든다.
절대로 들을수록 새롭지는 않다.
분명 처음 들었던 바로 그 음악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한사람의 똑같은 얼굴위에서
백가지 천가지 표정을 담고있다.
또한 초점거리를 달리할때마다 똑같지 않은 매직아이가 보인다.

감상 4일째
10억의 제작비용과 2년이 넘는 기간은
그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란
가장 단순하고 당연 할수밖에 없는 이유뿐이다.
그의 열정은 이어폰을 통해 전해지고 있고,
그 결과물은 한장의 씨디안에 고스란이 담겨있다.
절대 안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그의 음악은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듣는순간 그의 음악임을 알수 있는 그만의 색깔은
선명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난 이번 앨범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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