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95년 View 2월호 95 다른하늘이 열리고 - concert diary -
운영자  2009-10-06 17:56:00, 조회 : 1,000, 추천 : 125


                서태지가 직접 쓴 6일간의 콘서트 일기 긴급 입수




             95년 1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잠실 펜싱 경기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서태지와아이들의
             <95다른하늘이열리고>콘서트는 고음질, 고음량 스피커로 기존 콘서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완벽한 사운드를 구사했고
             이주노, 양현석의 비중이 어느 공연보다 커 보기 좋았다. 이번 콘서트를 끝으로 4집 앨범 준비를 위해
             10개월간 잠적하는 서태지가 직접 쓴 6일간의 콘서트 일기를 여기에 옮긴다

             눈물과 환호...95년 우리는 다른 하늘이 열리는 걸 보았다






첫날 95년 1월 11일


유난히 긴장된 하루였다. 95년 들어 처음 갖는 콘서트의 첫날이기도 했고 공연이 끝나면 다시 잠적의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이기에 마지막 콘서트의 의미도 담고 있는 아주 중요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공연은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가량 늦게 시작되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몇 군데서 춤이 틀리기도 했는데 팬들이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다.
공연 전 리허설을 3일에 걸쳐 했는데 첫날 8일엔 조명과 셋트를 점검했고 9일과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총 리허설을 했다.
전체적인 것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무대 위에서 연습은 제대로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본 공연에서
실수를 하고야 만 것이다.
이번 공연의 키포인트는 바로 음향이었다. 국내 콘서트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항상 '말썽꾸러기'로 지적을 받아온 음향을
제대로 한번 들려줘보자는 의도 아래 많은 비용을 들여 외국의 큰 공연시 사용되고 있는 메이어라는 스피커를 들여와 공중에 매달았다.
이 스피커는 고음질  고음량의 것으로 기본 국내 콘서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95다른하늘이 열리고... 이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내용상 역점을 두었던 것이 있다.
하나 하나의 곡마다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신곡 발표회도 아닌데 그저 노래 한 곡, 두 곡 부르는 것으로 끝내기엔
무언가 허전함이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은 따뜻함과 다정함이 가득 배어나게, 또 다른 장면에선 소름이 끼칠  만큼 섬짓하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밝고 천진난만하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리 만큼 다양하게 내용을 꾸며 보았다.
각각의 메세지들이 팬들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우리의 노력만은 인정 해 줄것이라 믿고 싶다.



둘째날 95년 1월 12일


오늘은 어제보다 내용상 조금 더 첨가된 부분이 있었다. 나의 솔로 시간과 양군의 하모니카 연주가 선보여졌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의 공연을 보았던 친구들은 서운함을 토로할 테지.
친구들아, 미안해. 사실 양군도 나도 어제 연습 부족으로 그것을 무대 위에 올릴 수가 없었다.
억지로 하라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루정도 더 시간을 두고 보자는 생각에 팬들의 비난을 각오하고
오늘부터 그것을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공연과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뭘까? 양군과 주노형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드럼 연주와 하모니카 연주, 그리고 노래로 팬들을 사로잡은 양군, 통기타 연주를 직접 하며 자작곡을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었는가 하면
일렉기타를 치며 이리저리 거칠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줘 관중들을 놀래킨 주노형, 팬들은 분명 기뻤을 것이다.
특히 주노형이 팬들에게 들려주겠다며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따뜻한 노래 한곡은 팬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리라.
평소 무뚝뚝해 보이고 조금 어두워 보이는 모습 때문에 팬들의 접근을 무언 중에 꺼리는듯 보이는게 아닐까
걱정하던 주노형의 여린 본심이 잘 드러나 있었기에 말이다.
멀티큐브의 인기가 대단한 것 같다. 단순히 무대에서의 모습이나 미리 찍어둔 뮤직비디오의 영상을 담아내는 차원을 넘어서
팬들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이용한 아이디어가 좋았나보다.
마지막 곡 '발해를 꿈꾸며'가 끝난 뒤에도 '앵콜'을 연호하는 팬들은 멀티큐브에 나타난 '앵콜이라구?' 와 '한번 불러봐'
'Seo Tai Ji' 'Lee Ju No' 'Yang Hyun Suk' '킥킥'등의 말들 그리고 시계로 시간을 되돌려놓는 모습 등에서 직접 우리와 대화하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 실제 우리들의 장난끼 어린 말투를 그대로 멀티큐브에 담았으므로.



셋째날 95년 1월 13일


'제킬박사와 하이드' 연출과 나의 솔로가 무서웠다는 이야기가 많단다. 피가 잔뜩 묻은 찢어진 옷에 얼굴은 괴물처럼 화장을 한 모습으로
무대를 누비며 춤을 추는 모습과 기타를 뚱땅거리며 이상한 소리로 노래를, 그리고 갑자기 울고 그러다가 웃고 하는 모습이 아마도
팬들에겐 공포로 다가섰던 모양이다. 얘들아 무서워하지마. 노래에 맞게 상황을 연출한 거니까.
일본에서도 우리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팬트하우스저팬', 고지마와마나부 등 일본의 유명음악평론가 세 사람,
베이FM방송, 소니사의 프로모션 스태프 그리고 100여명의 팬클럽 회원까지.
일본의 요요기획 스태프들은 1월 21일 일본에서 발매되는 우리들의 2집 앨범 CD와 포스터를 가지고 들어왔다.
드디어 또 한 장의 앨범이 일본땅에 뿌려진다.
일본에서 온 팬클럽이라고 해서 그들과의 만남을 따로 갖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내 팬들을 속상하게 하는 일임을 아는 까닭이다.
다만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은 충분히 갖고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섭섭한 마음이 있을테지만
우리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일본에서의 2집앨범 발매일이 21일인것은 우연의 일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내 생일이 2월 21일이라 그날에 맞춘것이라고들 하는데..
아마도 팬들의 관심에서 나온 얘기들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 하고 싶은 말은 단하나, 공연 끝무렵 펼쳐보였던 플랜카드에 씌여있던 글귀 그대로이다.
'우리 역시 영원토록 너희들을 사랑할 거야'



넷째날 95년 1월 14일


매공연 마지막에  팬들에게 힘껏 던져 주는 꽃다발과 소지품들 그것이 나, 양군, 주노형의 마음이다.
"더 드릴게 없어요"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결국은 자신의 마지막 셔츠를 벗어서 던지던 양군의 모습
그것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우리의 마음을 알 수 있을것이다.
이즈음에서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미안해'. 오랜 잠적 끝에 3집 앨범을 내놓고도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해
팬들과 만나는 시간이 적었다는 것에 대한 사과이다.
하지만 우리가 처했던 상황들을 팬들은 이해해 주리라 믿고 있다.
대신 그동안의 아쉬움을 우리는 이번 콘서트에 가득 채웠다. 6일이라는 기간동안  공연을 갖게 된 것도 그 이유이다.
아무쪼록 우리의 정성이 가득한 이 공연을 팬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뻐보이는 지는 무대 위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 공연이 더욱 부담스럽고 신경쓰였던 이유는 공연 후 발매될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과 후에 있을 공연도 짜집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 공연이 주가 될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오늘 공연만 특별히 열심히 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경을 더 곤두세운 탓인지 어제와 그저께 공연에서는
하지 않았던 실수를 하기도 했다.
우리는 공연시 한 곡에 한 벌 정도의 의상이 준비된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정말 옷 하나 열심히 갈아 입는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그것이 우리들만이 가지는 특징이라면 그대로 고수해 나가고 싶다. 총 몇 벌의 옷을 갈아 입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다른가수들과 달리 무대 뒷모습, 즉 대기실을 공개하지 않는데 이러한 이유도 여기에 한몫한다.
공연이 계속되어 있는 가운데 옷을 갈아입어야 하므로  한 벌의 옷을 입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0초를 넘지 않는다.
그야말로 초고속이다.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각자 5명이 둘러싸고 옷입기를 도와주는데 메이컵을 고쳐주는 사람이 한명,
머리를 만져주는 사람이 한명,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옷 갈아 입는 것을 거들어준다.
그러니 무대 뒤를 공개하면 얼마나 우스울까?



다섯째날 95년 1월 15일


오늘은 낮에 공연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방팬들이 많이 와주었던 것 같다.
관중석은 1층은 물론 2,3층 모두 형광봉으로 꽉 메여져 있어 어두운 조명에도 불구하고 장내가 무척 환했다.
참! 오늘 무척 놀라운 일이 있었다. 앵콜곡으로 '너와 함께 한 시간속에서'를 부르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무대위로 달려나와 나를 안았다.
그냥 얼떨결에 나도 그 친구를 안았는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그 여학생이 잠시 후 털썩 주저앉더니 기절을 했다.
다행히 그 여학생은 이를 보고 달려나온 군인아저씨에 의해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더 놀랐던것은 공연 후 들은 얘기인데 그 장면을 보고 관람석 앞쪽에 있던 여학생 2명이 다시 기절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온몸으로 우리 서태지와아이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공연이 끝나면 우리는 또 한번의 잠적을 하게 된다. 이번엔 좀 더 긴 시간과 헤어짐을 가지게 될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양군이 무대에서 8개월 후 만나자고 했다는데 사실은 그보다 좀 더 긴 시간일것이다.
오는 10월이나 11월쯤 되어야 4집앨범을 가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으므로.
헤어져 있는 동안 마음 변하면 여자친구를 사귀겠다는 양군과 결혼해 버리겠다는 주노형의 귀여운(?) 협박을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다들 너무나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서로를 믿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그뒤에 오는 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팬들에게 크게 외치고 싶다.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달라고. 우리들 역시 그럴 거라고.



마지막날  95년 1월 16일

나의 솔로 부분에서 왜 한 부부가 나오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팬들이 있는 것 같다.
그 부부는 극 중 태지의 부모님이다. 아이의 교육 문제를 두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매일 싸움을 하는 부모 밑에서
한 아이가 미쳐가는 모습을 연출한 것인데 우리의 교육현실 중 잘못된 가정교육의 단면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콘서트의 마지막 날, 가슴이 막 메이는 느낌이었다. 잠적 전 마지막으로 팬들과 마주하는 자리였기에.
겨우겨우 아쉬움을 달래가며 공연을 끝내었는데 펜싱경기장에서의 6일이 영상처럼 계속 머리 속에 남아 있다.
앞으로 20여일 간은 뮤직비디오와 라이브앨범 준비로 바쁠 것 같다. 일단 그 작업이 끝나면 일본으로 건너가 1월 21일 발매될 앨범의
홍보활동을 잠깐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소니사측에서 우리 앨범의 홍보를 위해 신문, 방송, 잡지 홍보단을 편성해 활동하고 있어
우리가 직접 홍보활동에 앞장설 필요는 없을 듯하다. 소니사측에서 5월쯤에 일본지역에서 2번 정도 콘서트를 하자는 제의를 해왔는데
가능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본의 대형 레코드숍에서는 우리들의 음반 코너를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듯 하다. 앨범판매량이 저조하다면 아마도 소니사측에서 우리들에게 콘서트 제의를 해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게 될 경우 국내처럼 대규모 무대에서 해야 하는데 그 많은 경비를 손해보면서 공연을 치르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규모로 공연을 꾸미면 경비가 훨씬 절감되겠지만 소니사측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연은 대규모일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재정상 어려움은 있지만 소극장 공연 제의는 아예 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 팬클럽인 'IVY Japan'도 그렇지만 일본인들 중 우리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생 이상이다.
'IVY Japan'의 회장이 25세인 것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우리들의 콘서트가 일본에서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이고
어려움이 많지만 올해안에 꼭 공연을 갖자고 하는 이유라 본다. 그건 그렇고 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숙제는 4집앨범 준비이다.
95년을 오롯이 바쳐 만들게 될 4집앨범, 그것을 위해 우리는 또 한 번 앞으로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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