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01년 0812사서함 녹취_태지의 일기 <여행 일지>
운영자  2009-10-05 13:57:34, 조회 : 830, 추천 : 64

2001년 월드컵 공연 취소됐을 때, 0812사서함 녹취.


태지의 일기 <여행 일지>



#1.아침 7시...
아직 출국을 도와줄 스텝들은 도착하지 않았다.
이틀밤을 새서 그런가.. 눈은 자꾸 감겨 오지만....
이따 공항 가는 길에 눈좀 붙이면 되니까......
스텝들 오기전에 열흘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그간 그래도 많은 사람들과 밤늦은 회의를 하며
지인들과 늦도록 좋은 얘기들을 나누고
아! 지금 내가 서울에 있는 거구나 하며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던 내 방...
아! 막상 떠날라구 하니까 정들라구 하네...


#2. 혼자 찍는 셀프카메라라 날 비춰 줄 공간은 여기 거울 앞에서 밖에...
사방이 거울이라 내 뒤에도 내 앞에도 카메라 렌즈 속에도
온통 새벽잠이 졸리운 서태지가 가득하다...


#3. 떠날려고 하니 공연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더 아쉽다.
준비한 만큼.... 노력한 만큼... 더 간절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랬었는데...
내가 원인이 된 공연 무산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뒷모습을 보이며 가야 한다는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이다...


#4. 화려한 곳일 수록 늘 이용했던 길이나 통로는
그 건물의 가장 취약한 곳이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일들은
늘 그 화려한 곳의 가장 낮고 취약한 곳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


#5. 아! 눈뜨면 바로 집이었으면...
길위에서 버려지는 시간들이 피곤도 풀어 주지도 않은 채 흘러 가고 있다...


#6. 확실히 지금 생각해도 인천 공항은 너무 멀다.
인사 한 마디 제대로 못나눌껄 알텐데.....
그래도 이 먼 길을 달려 이른 시간까지 나와 있었나 보다.......
기다리던 친구들 한테야 미리 나와 있었던 공항측 스텝들이 야속하겠지만
덕분에 출국 수속이 간편하게 끝났다.


#7. 배정 받은 자리에 앉으니 이제 진짜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번 서울오는 기내에서는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기분이 들꺼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었지...
괜히 머쓱해서 시키지도 않은 썰렁한 농담도 혼자서 주고 받는다...


#8. 오후 1시 반... 2시간 남짓 날라온 이 곳.....  나리따 국제 공항이다.
WELLCOME TO JAPAN...정말 일본은 날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불과 며칠 전인데 왠지 생소한 기분이다...


#9. 역시 수면 부족이 결정타다... 목소리마저 잠기는 것이...
졸리는 걸 참느라구... 아무거나 생각하며 머리라도 굴려 본다...
좋아하지도 않던 그래서 잘 먹지도 않던 커피가 다 생각이 나다니...


#10. 집으로 안내를 했어도....  이렇게 일본까지도 동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운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다음에... 그래... 다음번에...라고 최면을 걸어 보지만.....
2001년 11월은 다시 오지 못할 시간이라는 거...
열흘 전 이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이 소파에 다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눕히듯
맘속 넘쳐나는 따뜻한 기운으로 피로마저 달콤하게
내 깊은 잠의 친구가 되어 줄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 불꺼진 카메라 뒤에서 잠깐 아주 잠깐만 아쉬워하다가
다시 시작하자...
혼자서 현관물을 열고 닫으며.... 불꺼진 빈방의 스위치를 올리며....
혼자 남겨져 있다......    생각하지 말자....



DO U FEEL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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