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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교수 '심야' 인터뷰] 돌아온 서·태·지
운영자  2009-08-23 15:15:48, 조회 : 941, 추천 : 128

돌아온 서태지
출처:중앙일보(2002.10.4)


[주철환 교수 '심야' 인터뷰] 돌아온 서·태·지


서.태.지, 그가 돌아 왔다.

오는 26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한.미.일 3개국의 밴드 9개 팀이 참가하는 '2002 ETPFEST'(Eerie Taiji People Festival: 기괴한 태지 사람들의 축제)를 위해서다.

그가 직접 기획을 맡아 제작비만 30여억원이 들어간 초대형 행사다. 마침 올해는
'난 알아요'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가 데뷔 만 10년을 맞는 해.


지난 10일 귀국 후 일체의 공식 행사를 갖지 않고 있는 그를 주철환 교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가 3시간 동안 단독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인생관과 음악세계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주교수는
본지에 '거울과 나침반'이란 칼럼을 연재 중이다. (편집자)

지난 13일 밤 10시. 서울 시내 모 호텔 26 층 객실에서 서태지를 만났다. 검정 모자
밑으로 내비친 해맑은 소년의 얼굴. 방송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갓 스물 때나
만 서른이 된 지금이나 도무지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음의 고저가 없는 특유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반갑게 맞아주는 얼굴이 약간 야위어 보인다.

-너무 얼굴 보기 힘들다. 신비주의 전략인가.

"(웃으며)TV에 나와 떠들지 않으면 신비주의인가. 자기 스스로를 우상화시키는 게
신비주의라면 난 거기에 끼고 싶지 않다. 대중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도 약간은
재미있는 것 같다."

-태지(PD 시절부터 그를 이렇게 불렀다)가 없을 때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일이 많았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은) 다 올 때가 돼서 나타난 것 아닌가. 연예기획사를
통해 가수가 입문하고, 방송을 통해야 음악이 유통되는 일련의 과정이 기형적으로
변질돼 있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또 반복될 일이다."

*** 들국화.조용필에 열광

-태지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일회성으로 팔기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게 문제다. 그건 만드는 사람 스스로 잘 알거다."

-태지가 꿈꾸는 음악 세계가 궁금하다.

"처음엔 그냥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젠 약간의 의무감이 든다. 우리 음악계가 다양하고
성숙해 졌으면 좋겠다. 특히 언더 쪽을 서포트해 주고 싶다. 음악다운 음악을 만들어
세계 음악의 주류에 들어가는 건 좋은 일이다."

-데뷔 이전의 음악에 대한 태지의 호불호(好不好)를 밝혀라.

"음악에 빠질 무렵 들국화와 조용필이 들렸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제발'
같은 노래들이 좋았다.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듣고 '이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성이다'라고 느꼈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언제나 뿌듯하다."

-키우는 후배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건 아니다. 개성과 실력을 갖춘 후배 중에 나를 찾아오는 경우는 더러 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던 디아블로나 레이니선 등이 그 예인가.

"그렇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키운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좋은 후배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것과 직접 그들의 음반을 제작하는 일은 다르다."

-넘어 가자. 방송 데뷔는 MBC '특종 TV연예'로 알고 있다. 사실인가.

"아니다. 그 며칠 전에 방송된 KBS '젊음의 행진'이 더 먼저다."

-우문이지만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들 중 단 하나의 곡을 고른다면.

"(주저함 없이)4집에 수록된 '슬픈 아픔'이다."

-일반인에겐 낯선 곡인데.

"상관 없다. 또 1집에 있는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도 마음에 든다."

-좋은 음악이란.

"목표나 의식을 가지고 만든 음악이 아니라 들었을 때 마음에 드는 음악이 좋다.
(가슴을 가리키며) 그냥 들었을 때 기분 좋은, 때로는 아려서 행복해지는 음악.
그런 음악은 늘 가슴에 꽃힌다."

-태지는 지금처럼 사는 게 즐거운가.

"보다시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 단지 음악이 좋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장르에 대한 편견은 없다. 다만 내가 먼저 신이 나야 좋은 음악이 나온다.
미안하지만 팬들은 그 다음이다. 내가 해보니 이렇게 좋았다, 좋으니까 팬들에게
그 좋은 걸 선물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물의 전달 과정,
비주얼도 생각하게 되고."

*** 사랑과 결혼 자신없어

-앞으로의 계획은.

"(단호하게) 없다."

-계획하는 순간부터 계획의 노예가 된다는 게 싫은 것인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난 즐기면서 사는 게 목표다."

-그래서 행복한가.

"몰랐는데 차츰 알게 됐다."

-태지의 노랫말을 보면 상당한 수준이다. 음악을 안 했으면 시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손사래를 치며) 절대 아니다. 난 책도 잘 안 읽는다. 그냥 직접 느낀 것, 그 중에서도
답답하다고 느낀 것들을 중얼거리듯이 적어본 것이다. 음악을 안 했다면 아마
장난감 가게를 했을 거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그와의 대화에선 '재미'라는 말이
여러번 등장한다. 새로움과 재미야말로 태지를 끌어당기는 힘인 듯하다.)

-외롭다고 느낀 적 없었나?

"괴로울 정도는 아니다."

-추앙자 중 태지처럼 조기에 학교를 그만두려는 사람이 있다면.

"준비됐으면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무서운 말이다. 준비라니….)"

-삼십 년을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사람다운 사람이란?

"난 착한 사람이 좋다."

-배신당한 적이 있는가?

"믿은 적이 없기 때문에 배신당한 적도 없다. 난 쉽게 상처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냉담한 편인 것 같다."

-결혼에 대해서는?

"함께 살겠다면서 도장찍는 일 자체가 기분 나쁘다. 묶여 있어서 생각이 압도당하는 게
싫다. 아마 결혼은 안 할 것 같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함부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그에게 바라거나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국에 주로 머무는 이유가 있나?

"어디서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자유롭고 싶어서다.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걸 못하며 사는 건 불편하다."

*** 무한자유 콘서트 즐기라

-태지는 뮤지션인가, 아티스트인가, 엔터테이너인가.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조금씩 모두 다. 하지만 셋 중에선 아티스트가 멋있는 것 같은데.

-서태지 팬클럽은 좀 요란한 걸로 유명한데.

"태지에게 팬클럽은 없다. 단지 매니아들만 있을 뿐. 동호회가 여럿 있는데 개성이
유별나다. 그들은 찬미만 하는 게 아니라 비판도 날카롭게 한다. 이 노래의 이 부분은
좀 깬다, 바꾸는 게 어떠냐, 이런 식으로."

-술.담배는.

"술은 한 모금도 못 마신다. 담배는 공연 준비 때 이따금씩. 그러나 상습적은 아니다."

-10월 26일의 공연에 대해서.

"새로운 형태의 공연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 음악 감상이 목적이 아니라 와서 미치도록
즐겁게 놀아보라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즐겨도 상관없다. 피곤하면 엎드려 잘 수도 있다.
1년 후에 '우리는 이 날을 기다렸다'면서 다시 오길 바란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공연이 될 것이다."

-전야제도 있다던데.

"기획성 이벤트다. 미국에 있을 때 할로윈 축제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의 무한자유. 이번 전야제에서 축제의 진수를 체험하기 바란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chjoo@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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