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3문화진영 기대 부담스러워
운영자  2009-08-23 15:14:37, 조회 : 649, 추천 : 130

제3문화진영 기대 부담스러워
출처: 한국일보


[서태지] "제3문화진영 기대 부담스러워"

[주요뉴스, 연예오락] 2000.10.01 (일) 17:05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합정동 양군기획 사무실에서 만난 서태지(28)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염색한 데다 부분적으로 가
발을 붙였다는 붉은 레게퍼머는 흰 얼굴색과 대조되어 더욱 강렬해 보였다 .

그는 매주 한번 정도 있을 방송활동과 라이브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렇지만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 충분히 자서 그다지 피곤하지 않다고 했다 . “인터뷰든, 스케줄이든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한다. 절대 필요
이상으로 무리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조성모 측이 ‘서태지 특혜’를 이유로 출연을 거부했던 MBC ‘
음악캠프’ 출연 문제로 넘어갔다.

사전녹화 등 제작 방식이나 특정 제작진이 맡아 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그는 “가수도 이제 뜻에 맞는 제작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단호
한 의견을 비친다.

“외국의 경우 무대 배치나 녹화방식, 카메라 샷 등 제작에 아티스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 이번에 그런 요구가 수용되는 걸 보면 우리 방송
환경도 많이 선진화된 것 같다.” 며 “톱가수들을 한자리에 죄다 모아 자
기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 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다른 방송사에 출연할 때도 이런 원칙을 지켜 나갈 생각이라고 했
다.

‘제몫 찾기’에 대한 생각은 돈 문제에 있어서도 분명했다. 시중에서 분
분하게 돌고 있는 ‘광고료 10억설’ 에 대해 그는 “15억”이라며, “사
실 20억도 많은 액수는 아니다”라고 한다. “음악으로 번 돈은 아티스트
가 가장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돈을 가수가 갖지 않으면 누가 갖겠는가? 나쁘게 쓰지만 않으면 돈
은 충분히 벌어야 한다.” 그는 사실 그렇게 번 돈으로 이번 콘서트와 음
반 배포를 무료로 할 생각도 했지만, 유통질서 교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
다가 그만두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음악은 대중적이지만 팬을 대하는 방식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난 서비스직이 아니라(웃음) 팬들을 개인적으
로 만나거나 메일을 주고 받는 식의 ‘팬서비스’ 는 잘 못하겠다.”

96년 은퇴선언 이후 원치 않는 간섭을 피하기 위해 그는 두번이나 집을
옮겼고 현재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는 자신이 이처럼 당당한 태도를 지킬 수 있고,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
나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문화권력’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
다.

그러면서 가요계의 판을 바꾼다거나 언더그라운드를 육성하여 제3의 문화
진영을 만들 것이라는 등의 기대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왜 내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단 “일정수
준 이상의 언더그라운드 진영에 길을 틔워줄 생각은 있다” 며 자신과 함
께 무대에 설 수 있는 실력있는 그룹을 찾아 꾸준히 오디션을 보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단지 작업의 편의를 위해 선택했을뿐,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자신은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그 누구도 본토 수준의 음악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방송에서 수백 팀의 하드코어 그룹이 출연하는 나라와 인터
넷을 뒤져야 하드코어를 접할 수 있는 나라가 어떻게 경쟁이 가능한가.”
마찬가지로 ‘혁명가’ 나 ‘메시아’등 어마어마한 칭호에 대한 부담감도
내비쳤다.

“정말 본격적으로 사회를 바꿀 생각이었으면 운동권이 되었을 것이다. 학
교에 대해 어두운 기억이 있고, 시민으로서 통일에 관심이 많아 남북정상
회담이나 이산가족에 대한 신문기사를 열심히 읽는 정도다.”

인터뷰 중 그는 조성모나 H.O.T등 다른 가수들이나 자신이 ‘마니아’로
삼고 있는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또한 사생활이나 주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을 권리’를 요
구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어조, 단호하고 당당한 태도 속에서도 서태지
는 대중성과 음악성의 조화, 사회적인 바람과 자신의 선택 사이에서 끊임
없이 절충을 고민하고 있는듯 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목록보기   추천

이전글이시대의 화두 서태지 운영자
다음글열정 있으니까 젊은 음악 하죠! 운영자

Copyright 2000-2017 Taijiman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