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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괴한 팬덤을 보며...
웹진가슴  2009-08-23 15:34:59, 조회 : 728, 추천 : 53

어떤 기괴한 팬덤을 보며...
출처:웹진가슴




[칼럼] 어떤 '기괴한' 팬덤을 보며...

김학선
2002/09/30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예전의 모습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방송국 앞에서 떼를 지어 줄을 서고, 공개방송 무대를 점령하며 노래 한소절, 한소절마다 태지, 양군, 주노를 외치던 일은 이제 잊고싶은 과거일 뿐인 것 같다. 지금의 H.O.T나 G.O.D 등의 10대 팬들의 결속과 집단행동의 시작이며 모범답안이었던 그들은 이제 G.O.D 팬들의 하늘색 풍선을 보고 손가락질하고, 서태지의 컴백공연에서 핌프 음악에 맞춰 나란히 줄서서 손수건을 흔들어대는 해외토픽감의 관람태도를 연출했던 그들은 이제 문희준 팬들의 어설픈 슬램을 비웃는다. <난 알아요>와 <하여가>의 '가요톱텐' 5주 연속 골든컵에 감격하고 눈물짓던 그네들은 어느날부턴가 대중음악판을 바꿔야 한다며 몇몇의 문화평론가들과 함께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고 순위프로그램이 몹쓸 전염병 지역이라도 되는 듯 멀리 하고 죄악시한다.



서태지  


한국에서 페스티벌을 연다는 것은, 그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주최가 된다는 것은 분명 뜻 있는 일이고 지지 받을 일이다. 소요락 페스티벌이 결국 무산되었다는 씁쓸한 뉴스를 들으며 요즘처럼 페스티벌 개최하는 게 더욱 힘든 일이 되어버린 현실을 생각을 하면 더욱 말이다. 다행히도 10월에는 3개의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제 4회 째를 맞는 큰 형뻘인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과 좀 더 규모를 크게 가지는 작은 형 '버드락 페스티벌', 그리고 이제 두 번째 공연을 갖는다는 막내 'ETPFEST(Eerie Taiji People Festival : 기괴한 태지 사람들의 축제)'가 열린다. 지금 얘기하고 싶은 건 큰 형이 되고싶어하는 막내 ETPFest 사이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괴한' 일들에 관해서이다.




  
ETPFest  


ETPFest는 서태지 컴퍼니에서 주최가 되어 열리는 페스티벌이다. 당연히 서태지가 주축이 되어 외국의 뮤지션들과 국내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을 초청해 함께 공연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페스티벌의 계획이 발표되고 이 계획은 역시 서태지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곧장 각종 일간지와 스포츠신문의 지면을 장식했다. 페스티벌의 홈페이지에 있는 '최대 규모의', '초대형', '역사적인', '유례가 없었던' 등등의 요란한 선전 문구는 왜정 때부터 의례 그래왔던 서커스단 문구라 생각하고, 스포츠신문에서 뒤도 안 돌아보고 써주던 콘(Korn)이니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니 하는 얘기는 애당초 기대조차 안 했고 그저 농담이려니 생각했다. 아직 최종라인업이 발표가 안돼서 함부로 얘기는 못 하겠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라인업은 전야제 콘서트에 트랜스픽션(Transfixion)과 타카피(Tacopy), 스키조(Schizo). 메인 스테이지에는 서태지와 피아, 리쌍, 일본의 락밴드 도프 헤즈(Dope Heads)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틀에 한 팀씩을 더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라인업이 발표되고 나서 ETPFest. 사이트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시끄러움의 시작은 피아와 리쌍이라는 라인업의 불만에서 처음 얘기가 되었고, 그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은 어찌 우리의 절대지존님이 피아와 리쌍과 같은 하위층과 함께 메인 무대에 서는냐는 어이없음에 있었다. 그리고 그 어이없는 불만의 중심에는 역시나 '기괴한' 태지 사람들이 있었다.




  
도프 헤즈(Dope Heads)  


그들은 여전하다. 그들의 우월감은 여전하고, 자신들의 절대지존님과 자신들 팬덤이 최고라는 자만심도 여전하다. 그들의 정말 '재수 없는' 이기주의 역시 전혀 변하지 않았다. ETPFest에서 상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태지 매니아들은 얘기한다. 전대미문의(?) 글로벌 페스티벌(이건 또 무슨 소리냐?)에 피아가, 리쌍이 웬 말이냐며 우리의 절대지존님은 오직 콘이나 림프 비즈킷,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과 함께 무대에 서야 격이 맞는다고 밀어붙인다.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는가. 이 밑도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우월의식은 무엇이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이 자신감은 또 뭔가. 그네들의 가장 큰 착각은 자신들끼리만 서태지를 외국의 일급 뮤지션들과 동격의 존재로서,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고(혹은 받을 거라고) 믿고 있고 또 그러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서태지가 어디서 인정받았단 말인가? 서태지는 그저 이번 월드컵 때문에 조금 더 알려진 코리아라는 변방의 국가에서'만' 꽤 잘 나가는 뮤지션일 뿐이다. 외국의 어떤 밴드들에게 들려줘서 호평을 받았다는 뜬소문들은 그저 농담일 뿐이고, 외국의 수많은 웹진들에게 서태지 앨범을 보내 그 중 몇몇의 웹진에서 별 5개의 평가를 받아냈다고 자랑스레 얘기하는 것 역시 그냥 한번 씩 웃고 넘어갈 일이다. 일본에서 야심차게 발매한 그 싱글앨범은 어떻게 되었는가? 모르긴 몰라도 일본인이 구매한 숫자보다 여기 한국에서 역수입으로 구매한 한국인이 더 많지 않을까?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서태지는 한국에서'만' 앨범이 100만장씩 팔리는 밀리언셀러 가수이고, 한국에서'만' 9시 뉴스에 나오는 인기가수일 뿐이다. 이걸 태지 매니아들만 모른다는 얘기인가.




  
리쌍  


자, 이제 한번만 다시 묻자. 피아와 리쌍이라는 '한국의' 대중가수들이 서태지라는 '한국의' 대중가수와 함께 '한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의 무대에 서는 게 왜 말이 안 되는 일인가? 서태지가 좀 더 잘 나가서? 좀 더 앨범이 많이 팔려서? 좀 더 지명도가 있어서? 그렇다면 콘이, 림프 비즈킷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만' 잘 나가는 자신들의 워너비와 함께 메인 스테이지에 서는 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태지 매니아들은 자신들의 잔치에 피아와 리쌍이 참여하는 걸 부끄러워할게 아니라 자신들의 그 잘못된, 삐뚤어진 우월의식부터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락 매니아였으며 언제부터 이렇게 스케일이 커졌는가?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예전의 모습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방송국 앞에서 떼를 지어 줄을 서고, 공개방송 무대를 점령하며 노래 한소절, 한소절마다 태지, 양군, 주노를 외치던 일은 이제 잊고싶은 과거일 뿐인 것 같다. 지금의 H.O.T나 G.O.D 등의 10대 팬들의 결속과 집단행동의 시작이며 모범답안이었던 그들은 이제 G.O.D 팬들의 하늘색 풍선을 보고 손가락질하고, 서태지의 컴백공연에서 핌프 음악에 맞춰 나란히 줄서서 손수건을 흔들어대는 해외토픽감의 관람태도를 연출했던 그들은 이제 문희준 팬들의 어설픈 슬램을 비웃는다. <난 알아요>와 <하여가>의 '가요톱텐' 5주 연속 골든컵에 감격하고 눈물짓던 그네들은 어느날부턴가 대중음악판을 바꿔야 한다며 몇몇의 문화평론가들과 함께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고 순위프로그램이 몹쓸 전염병 지역이라도 되는 듯 멀리 하고 죄악시한다. 그 몹쓸 곳에 너무도 깊이 발을 담그고 있던 그들이.




  
피아  


다 좋다. 이제라도 'TV에 집중된 기형적 권력구조'가 잘못 되었다고 그네들 스스로 깨달았건, 자신들의 절대지존님에 의해 깨우침을 얻었건 그건 분명 옳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과정에서 먼저 최소한의 '입장표명'은 했어야 했다.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일들에 대해서. 예전에는 우리가 잘 몰랐노라고, 우리는 그저 TV에 나오는 서태지가 최고인 줄 알았노라고. 이제부터 함께 한국의 락 음악을 살리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고...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자신들의 예전의 행동들에 대해서는 일체 얘기하지 않은 채 어느샌가 그들은 잘못 된 한국의 음악시장에 맞서 싸우는 투사들이 되었고, 진정한 락 음악의 수호자가 되었으며, 불과 몇 년 전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했던 G.O.D와 문희준에 열광하는 10대들의 모습을 비웃는 계도자가 되었다.

서태지가 순위 프로그램 1위를 휩쓸 때 방송국의 방청권 사수에 온 힘을 쏟던 그들은 이제 지존님의 명을 받들어 라이브 공연만이 살 길이라며 여러 락 페스티벌을 쫓아다니고 각 클럽들을 순례한다. 그 클럽을 의무적으로 돌던 이들이 이제 자신들의 잔치에 피아라는, 리쌍이라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팀이(이들에게 음악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태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의 지명도이다) 절대지존님과 함께 메인 스테이지에 선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성토한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의 코.미.디.이다.

일부의 문제를 가지고 전체를 매도하지 말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10년의 시간동안(정확히는 2~3년 전부터 부쩍) 보아온 서태지 팬덤의 행태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그래왔다. 당신들은 항상 깨어있는 척 하지만 전혀 깨어있지 않았다. 당신들은 항상 진보적인 척 하지만 전혀 진보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마지막으로 '기괴한' 우월의식에 빠져있는 태지 사람들이 이거 하나만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 당신들이 경멸해 마지않는 '빠순이 문화'는 당신들로부터 시작되었고, 당신네들이 지금 무시하며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G.O.D의 백일 콘서트에서 여전히 흔들리고 있을) '하늘색 풍선'과 2년 전 김포공항에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당신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노란 손수건'과의 거리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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