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에 관한 보고서

 

③ 뮤직비디오 분석

▶ 극중 인물의 희화화

 이재수 컴배콤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은 어두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야 할 '서태지'가 변기 위에 앉아 두루마리 화장지를 쥐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원작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 문제의 장면은 전체 컴배콤 뮤직비디오에 과연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연출된 것일까.

 전체적으로 원곡의 가사에서 변경이 된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패러디 된 가사가 주는 메시지성을 돋보이기 위해 이러한 장면을 삽입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을 터이다.

그렇다면 이재수측의 발언처럼 과연 서태지의 권위주의를 풍자하기 위해서였을까?

 원작인 <컴백홈> 뮤직비디오에서는 "서태지"라는 당시 주류의 이미지가 그다지 많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주인공인 '나'는 따로 설정이 되어 있으며 서태지는 온통 얼굴을 가려버린 채 자신의 이미지를 주인공과 격리된 상황에 묻어 버렸기 때문에 <컴백홈>에 대한 전체적인 개작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기존 서태지의 권위에 변형이나 풍자가 어렵다.

그럼에도 인물에 대한 패러디가 되기 위해서는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인물에 대한 직접적인 변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다면 '컴배콤'의 뮤비에서는 각 인물의 패러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물에 대한 변형은 첫 부분, 서태지가 변기에 앉아 휴지를 들고 있는 모습과 랩핑을 하며 입술에 밴드를 붙이고 있는 모습, 그리고 중반부 빨래집게를 꽂은 채 노래를 하고 있는 양현석의 모습이 전부이다.
이는 이재수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서태지의 권위"에 대한 패러디라고 보기엔 극중 "서태지"에 대한 변형이 거의 없고, 설사 변형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전체 '컴배콤' 스토리 라인과 비교해 볼 때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는 단순한 신체적 희화화일 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서태지 입술에 밴드를 붙인 장면에서는 원곡의 "나에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가사를 '네일렐렐레 두려움~'이라고 변경함으로써 노래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곡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입술을 비틀어 버린" 원작의 인물 연출을 뮤직비디오의 구성과는 상관없는, 억지로 희화화 된 모습으로 변경함으로써 패러디 자체로서의 가치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양현석의 랩 부분에서 빨래집게를 혓바닥에 집은 채 노래를 하는 부분은 보컬라인을 앨범에 수록된 것과는 다른, '혀 짧은 소리'를 인위적으로 다시 녹음함으로써 희화화 된 뮤직비디오의 장면을 뒷받침하기 위해 앨범에 실린 노래를 재녹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원작 메시지의 훼손

 안무와 의상, 그리고 촬영 장소가 동일한 연출 가운데 기존의 메시지를 단순 희화화로 왜곡시키는 곳이 상당부분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내'가 연출되어진 전체 스토리 라인을 보면 집을 나온 주인공이 방황을 하는 부분까지는 별다른 의미의 변형 없이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원작에서 주인공인 '내'가 외롭고 힘든 방황을 거치고 있음을 나타내어주는, 어두운 교실 한 구석에서 허공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똑같은 장소에서 윙윙거리는 파리를 잡기 위한 손놀림으로 묘사되었고,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혓바닥으로 그 눈물을 핥아먹는 장면으로 패러디 됨으로서 "왜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조차 상실하도록 만들고 있다.

 전주와 간주 부분에서 원작의 안무를 패러디한 대목을 짚어보면, 양현석과 이주노가 굴레를 만들어 그 곳을 빠져나오며 마치 날아가려는 듯 양팔을 부드럽게 팔랑이고 있는 원작에서의 장면이 이재수의 패러디 뮤직 비디오에서는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듯 하나 뒷부분에 가서 굴레를 빠져나오는 이주노역에 난데없이 쌀자루를 씌움으로서 원작에서 보여지는 가사와의 연관성과 진지함을 해치고 있다.

더불어 간주 부분에서 양팔을 크게 흔들어 날아가려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안무에 고릴라 인형을 등장시켜 춤을 추게 만듦으로써 '컴배콤'이라는 패러디를 통해 과연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가에 대한 원칙적인 관념조차 파괴시키고 있다.

 

또한, 원작에 사용된 간주 부분에서의 뮤직비디오 연출은 <컴백홈>에서 유일하게 가사에 의존하지 않고 급박하게 진행되는 편곡된 사운드와 메시지가 담긴 안무, 그리고 주인공이 극중에서 불량배들에게 맞서는 연출로서 시청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인공이 새롭게 일어서려 하기 위해 자신을 가두려 하는 벽과 맞서는 의미의 연출은 오히려 주인공이 불량배들을 쫓아가 위협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컴백홈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상관없는, "요구르트 아줌마"를 부르는 가사와, 그 가사를 표현한 영상으로 메워지고 있다.

 

이는 스토리 라인 전체를 개작한다는 의미보다는, 단순히 하나의 장면에 대한 반어적 의미와 무의미함만을 담고 있으며 그것이 앞뒤의 영상들과 연결되지 않음으로서 오히려 희화화 된 부분만을 부각시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후 진행된 마지막 장면 역시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변기에 앉아 있다는 설정 외에는 서태지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선글라스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흉내내기'만을 위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④ '재창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패러디가 원작의 재창작이란 시점에서 이재수의 패러디를 본다면 과연 '컴배콤'에 패러디라고 부를 수 있는 재창작이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우선 앨범에서는 개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개작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원작에 의존하고 있는 바가 패러디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 이상이며, 보컬의 음정이나 기타라인에 있어서도 거의 원작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컴배콤' 뮤직비디오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작을 그대로 흉내내며 부분적인 희화화만을 목적으로 함으로서 원작의 메시지를 훼손시켰을 뿐 아니라 패러디 안에서조차 그 어떠한 사회적 의의나 가치를 찾아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이 봤을 때, '컴배콤' 패러디는 재창작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전무하며, 패러디로서 그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다.

원작에의 의존도가 높을수록 2차 창작물을 접할 때 원작과 이미지가 겹치게 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이는 원작의 유명성에 기댄 모방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패러디가 유머로 쓰이든, 비판의 의미로 쓰이든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질 수 있는 스스로의 재창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너무나 쉽게 '패러디 음반' 혹은 '패러디 가수'라는 이름을 거머쥐게 되는 비뚤어진 패러디 문화가 형성이 될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 코미디언들이 코맹맹이 소리를 더 과장해서 모창을 하는 것을 보고 대중은 그들을 가리켜 '패러디 가수'라 칭하지 않고, 단순한 모창이나 코미디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것은 패러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재창조의 역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으며, 재창조적 요소가 없는 이러한 패러디가 음반으로 제작되어 나올 경우, 음반이라는 속성상 상업성을 띄는 것은 물론, 그것이 반복·재생되며 원작의 의미를 해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아무리 패러디라는 장르 안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말한다 하여도, 그들에겐 결코 원작의 메시지와 극중 인물들을 희화화 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며, 그로 인해 원작의 가치를 훼손시킬 권리도 없는 것이다.

패러디는 제 2의 창작물이다. 패러디는 원작을 빗대어 기존의 권위를 풍자하거나 원작을 이용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메시지를 형성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