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에 관한 보고서

 2. 분석 Ⅱ

 

 (1) 이것이 서태지의 <컴백홈>이다.

 엄밀히 말해 하나의 노래에 따르는 가사와 사운드와 뮤직비디오는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곡을 구성하는 악기의 배열, 곧 사운드는 '소리'로써 그것을 접하는 대중들에게 '듣는 것'이라는 일차적인 수단으로서 원작자가 의도하는 이미지를 담아내게 되며, '가사'는 가장 보편화된 커뮤니케이션인 '말'이라는 것으로써 원작자가 자신의 의도를 훨씬 더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랩이라는 장르는 이러한 '가사'의 역할을 한층 심화시킨 것으로써 멜로디보다는 쉴새없이 내뱉는 언어의 운율을 통해 나름대로의 리듬과 사운드를 만들어 간다.

 마지막으로 영상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오는 뮤직비디오라는 저작물은, 그 곡의 가사나 음악의 분위기에 맞추어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말'이나 '소리'로써 미처 전달하지 못하는 노래의 의미와 창작자의 의도를 시각적으로 다시 한 번 풀어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You must come back home" 이라고 외치고 있는 서태지의 "Come Back Home"은 과연 그의 음반과 뮤직비디오 속에서 가사와 영상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었을까.

 

 << '내'가 떠나간 이유 >>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은 창문으로 뿌옇게 빛이 들어오는 어둡고 적막한 곳에서 시작된다.

검은 안경과 귀까지 푹 덮어버리는 모자로 온통 얼굴을 가린 서태지는 옆으로 시선을 두고 앉아 손가락 사이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비춰주려 하고 있다.

 컴백홈의 도입부는 한 박자씩 천천히 진행되는 거친 효과음으로부터 낮고 음울한 베이스 라인이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어둠 속에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시작되는 뮤직 비디오의 도입부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것이 결코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은 이야기임을 암시하고 있다.

 "난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난 지금 어디로 쉬지 않고 흘러가는가."

 첫 부분의 가사가 흘러나오는 동안 컴백홈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두 편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서태지의 손가락 사이로 비춰진 한 청소년의 방황이 그려지며, 동시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노래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이 보여진다. 서태지의 손가락 사이로 우리가 들여다보게 되는 '나'의 이야기는 그가 집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되는데, <Come Back Home> 첫 부분의 가사가 흘러나오며, 삭막한 도시의 황야처럼 펼쳐진 모래밭에서 주인공은 '홀로' 자신의 방황을 다스리고 있다.

 서태지의 <Come Back Home> 뮤직비디오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방황하는 '나'를 선도하는 것도, 나를 비난하는 것도 아닌 그저 '방관자'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그들은 무관심하기만 한 방관자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겪고 있는 외로움을 등에 진 방황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고 있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주인공의 현실과는 격리된, 따로 편집되어진 흑백의 모습으로 나타나 화면에서 춤을 추고, 온통 가려진 모습으로 음울한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의 방황이 힘겨울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어느 누구의 손길도 기다릴 수 없는 외로움을 지고 가야하는 방황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간에 양현석이 굴레를 만들어 이주노를 빠져나가게 하는 안무가 보이는데, 이주노는 그의 굴레를 벗어나며 마치 날갯짓을 하듯 양팔을 부드럽게 팔랑이고 있다. 이는 외로운 방황을 끝내고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어하는 '나'의 심리를 춤으로써 묘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서태지가 반영하고자 했던 것은, '무조건 집으로 돌아가라'는 명령도 아닌, '집으로 가야만 행복해진다'라는 고리타분한 선도도 아닌 그저 우리들의 방황을, 외로움으로 얼룩진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따뜻한 마음으로 비추고자 했던 것이다.

 

주인공인 '내'가 집을 나와 삭막한 도시를 헤매는 모습이 비춰질 때, 힘들고 거친 방황을 표현하기 위해 유난히 화면이 많이 바뀌고, 플래시가 자주 터져나오는 등의 혼잡스러움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장면이 바뀌는 속도가 <Come Back Home> 노래의 드럼 비트와 동일하기 때문에 예상외로 화면은 적절한 혼란과 적절한 유동성을 가지고 부드럽게 넘어가고 있다.

 

 << 서태지는 왜 입술을 비틀었는가 >>

 95년,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앨범을 선두로 그가 내놓은 '갱스터 랩'이라는 장르는 2집 '하여가'로부터 시작된 그의 힙합 행보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으리만큼 정교하고 잘 짜여진 라임과 갱스터 랩 특유의 리듬을 잘 살리고 있다. (리뷰 참조)

 "난 내 삶에 끝을 본 적이 있어. 내 가슴속은 갑갑해 졌어. 내 삶을 막은 것은 나에 내일에 대한 두려움. 반복됐던 기나긴 날 속에 버려진 내 자신을 본 후.. 나는 없었어. 그리고 내일조차 없었어."

 

사이프러스 힐을 연상시키게 하는 그의 찌그러진 랩핑은 서두의 복잡한 샘플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나 드럼과 베이스 라인만으로 간소화 된 사운드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서태지가 그의 컴백홈에서 풍족한 사운드보다는 랩의 라임에 훨씬 중점을 두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베이스 라인과 더불어 하나 하나 정교하게 편집된 랩의 라임은 소절마다 강하게 내뱉는 서태지의 목소리와 더불어 이 곡의 메시지를 훨씬 강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어두운 구석에서 홀로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서태지는 뮤직비디오 안에서 자신의 입술을 인위적으로 비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왜 찌그러진 사운드를 뿜어내는 랩핑을 하면서 자신의 입술마저 비틀고자 했을까.

 

"나는 없었어. 그리고 또 내일조차 없었어."

 

방황하는 주인공의 가장 큰 힘겨움인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어두운 교실 한 구석에 혼자 남겨져 있다. '나'의 방황은 혼란스런 청소년 시절,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입증할 수 없음과, 그로 인해 자신의 미래마저 선명하게 그려낼 수 없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태지가 입술을 비틀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두려움에서 파생된 억눌린 자아의 아픔을 그려내고자 했기 때문인 것이다.

 

 << 무모한 거품은 날리고.. >>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거칠은 인생 속에
YOU MUST COME BACK HOME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YOU MUST COME BACK HOME 나를 완성하겠어"

서태지가 그의 '컴백홈'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과연 그저 '집으로 돌아가라'는 것뿐이었을까? 서태지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함과 동시에 자신과 우리들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다. 자신 안에서 스스로 따뜻함을 찾고, 힘겹지만 거친 인생 속에서 나 자신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지, 혹은 희망. 그것이 진정으로 나를 자유롭게 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것이며, 스스로의 방황을 가치 있게 하는 것임을 그는 나타내고 있다.

 

"다시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고, 또 다시 부모의 제압은 시작됐지.

네겐 사랑이 전혀 없는 것 내 힘겨운 눈물이 말라버렸지."

 

뮤직비디오에서 우리는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손을 뻗어 허공을 쥐려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러한 장면을 연출하게 하였을까. 해답을 구할 수 없는 방황. 그리고 손을 내밀어 주는 이 없는 외로움. 그 어둠 안에서 주인공은 손을 뻗어 보지만, 그의 손아귀에 쥐어지는 것은 금세 빠져나갈 어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또한 뮤직비디오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철저히 '갱스터'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두터운 모자와 흰 마스크로 뒷골목 흑인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내'가 방황할 수밖에 없는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는 <Gangsters Paradise> 라는 곡으로 유명해진 "쿨리오"의 가사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데, "As I walk through the valley of the shadow of death. I take a look at my life and realise there's nuthin' (죽음이 그늘진 계곡을 걸으며 난 나의 삶을 돌아봤어. 그리고 거기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달았어)"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갱들의 천국'에서 살아가는, 철저하게 어둡고 고독한 인간의 방황을 노래하고 있다.

 "Come Back Home"과 "Gangsters Paradise"는 같은 장르 안에서 '외롭고 고독한 방황'이라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둘의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게 하는 데에는 가사가 갖는 메시지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들 수 있다.

 "I'm living life, do or die, what can I say. I'm 23 now, but will I live to see 24
The way things are going I don't know.


(난 사는 것 아니면 죽는 것뿐인 삶을 살고 있어. 난 지금 스물 세 살이지만, 내가 스물 네 살까지 살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

 위의 가사에서 볼 수 있듯, 갱스터의 본고장인 그들에게선 오로지 '절망'만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서태지가 컴백홈을 통해 들여온 그의 갱스터 랩에는 희망이라는 한국의 정서가 담겨져 있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은 닦고 COME BACK HOME"

 서태지는 그의 노래 '컴백홈'에서 한 인간의 외롭고 힘든 방황을 그리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기 스스로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삭막한 도심에서 방황하던 주인공인 '나'는 어느 새 어둠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햇살이 비치는 숲 속에서 키 큰 나무들과 밝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는 '나'로 하여금 새로운 희망으로써 스스로를 일으키게 할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써, 이 때 만큼은 서태지와 아이들 역시 첫 장면에서 보았던 어둡고 적막한 공간에서 빠져나와 마찬가지로 밝은 숲에서 주인공을 들여다보며 얘기를 하고 있다.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Come Back Home 이라고.

 

이러한 주인공의 의지가 이어져 간주 부분에서는 주인공인 '내'가 자신을 끌고 가려는 불량배들에게 맞서는 장면이 연출되고, 한편으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힘찬 안무가 이어진다.

'동작'이라는 것 자체가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이들의 <Come Back Home> 뮤직비디오에서 유일하게 안무 전체가 하나의 틀을 구성하고 있는데, 넓게 팔을 벌리고 날아가려는 듯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크고 힘찬 동작은, 자신의 희망과 약속에 모든 것을 걸고 비상하려 하는 '나'의 의지를 보다 분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

노래가 진행되는 내내 그다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드럼과 베이스 라인은 이 간주 부분에서 좀 더 단단하고 빠르게 휘몰아치는 듯한 비트와 상승하는 느낌의 진행을 줌으로써 변화하는 나의 의지를 마찬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이 간주 부분은, 말이나 글로써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한 것이 아닌, 영상과 소리와 동작으로서 극한 혼돈과 방황 속에서 스스로의 희망을 찾아나가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래 이젠 그만 됐어. 나는 하늘을 날고 싶었어."라고 서태지는 노래하고 있다.



<< Come Back Home >>


 
"터질 것 같은 내 심장은 날 미치게 만들 것 같았지만, 난 이제 깨달았어(/았어).
날 사랑했다는 것을."

간주가 끝난 직후 코러스를 제외한 마지막 가사가 흘러나오는 동안 유일하게 흘러나오던 베이스 라인이 점차 사라지면서 마지막 한 구절을 남기고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서태지의 목소리만이 울려나오고 있다.

"날 사랑했다는 것을."

 이는 컴백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부분의 가사전달을 보다 완전하게 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나'를 돌아오게 한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주인공의 방황이 그려지는 내내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부모? 인간의 도리인, 효도를 하기 위해선 어쨌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는 주인공의 방황 자체를 무모함과 시간낭비로 비하시켜 버리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황과 외로움을 등에 지고 있으며, 그것은 철저히 우리 자신의 몫이다.

 '나'를 집으로 돌아가게 한, 내가 깨달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서태지의 가사에서도 보여지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외로움을 등에 지고 가야만 할 우리들에겐 그 어떠한 외부적인 요건도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럼에도 우리가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을 거쳐 "집"으로 돌아가야 함에는,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의 갈망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난 지금 무엇을 찾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난 지금 어디로 쉬지 않고 흘러가는가."

 다시 한 번 서두의 방황이 흘러나오며 뮤직비디오에서는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산다라는 고정적인 관념 대신, 그간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방황과 외로움들이 한데 섞여 다시금 재생됨으로써 '나' 자신을 분명하게 세우고 바라봄에 있어서 그의 방황이 가치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태지의 손가락 사이로 비춰지던 주인공은, 처음에서처럼 갑갑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아니라, 이제는 담담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띄고 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그를 비춰주고 있었던 서태지는 다시금 같은 장소에서 미소를 띄움으로써 한 인간의 방황이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하는가를 제 3자의 시선으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서태지는 그의 노래 <Come Back Home>에서 말하고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미친 듯한 사랑을 찾으라고. 외로움에 지쳐 쓰러지지 말고, 차가운 눈물을 닦고 일어서라고. 너는 아직 젊고, 그리고 괜찮은 미래가 있다고.

 그리고 그는 그의 뮤직비디오 <Come Back Home>에서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그리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결코 합의할 수 없는 뒤틀린 시선을. 그 안에서 우리는 울고만 싶은 외로움을 경험하고, 뼈아픈 자기와의 싸움을 겪어내야 하지만, 그러나 결국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면 우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에게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