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서태지 콘서트가 방영되어야 하는 이유

1. 현행 가요 프로그램, 이대로는 안됩니다.

현 가요계는 네 가지 악재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이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요계를 실상 주도해 가고 있는 것은 공중파 방송의 가요 프로그램입니다.
현 가요계를 특징짓는 네 가지 악재와 그에 따른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립싱크 일색

댄서와 가수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해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립싱크도 음악적 표현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립싱크 비율과(라이브 무대 대비) 사용 목적입니다. 댄스음악을 하는 가수의 경우 보다 완벽한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립싱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부분 립싱크를 선택해 라이브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방송사 시스템의 구조상 라이브무대가 불가능할 경우 립싱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요계 전체가 립싱크 일색이라는 것입니다. 립싱크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고, 가수들은 굳이 애써 라이브를 할 필요성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방송에서 만날 수 있는 가수는 립싱크를 하는 댄스가수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댄스가수들이 보여주는 현란한 안무와 화려한 무대도 좋은 볼거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립싱크 가수만을 방송에서 보여줌으로인해, 우리나라 가요프로그램은 '립싱크 일색'이라는 기현상을 빚어냈고, 이에 공중파 방송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2) 장르의 치우침  

시대의 주 흐름인 유행추세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현 대중가요계 주요 장르는 댄스와 발라드입니다. 모든 예술은 창조의 산물이며 창조는 다양성에서 기초합니다. 수많은 음악 장르 중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댄스와 발라드라는 두 장르만이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을 받아왔고, 그 흐름의 강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굳이 미국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이 골고루 함께 발전하고 있습니다.
'댄스와 발라드는 공중파에서, 록은 언더 라이브클럽에서'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가요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음악팬들의 귀를 틀어막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어느 방송사나 똑같은 가수, 똑같은 음악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서 음악을 접하길 원하는 시청자들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가수를 접할 길이 없고 그들의 음악을 원천봉쇄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록 위주의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은 방송이 외면하고 시청자가 외면하는 상황, 결국 이 때문에 우리나라 가요계는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발전할 수 없었습니다.

 3) 자질있는 신인 발굴 불가능

비단 신인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실력있는 뮤지션들도 발을 붙일 곳이 없는 것이 현 가요계의 실태입니다. 현 메이저급 거대 기획사에서는 자질, 능력과는 상관없이 댄스가수들을 마치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듯 '찍어내고' 있습니다. '댄스가 장사가 된다'는 흐름이 이어지는 한, 장사가 되는 수익모델을 만들면 상업적 이익이 되는 한, 그들의 '찍어내기'는 반복됩니다. 따라서 성공이 불확실하고 투자를 많이해야 하는 신인발굴에는 당연히 인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음악정신이 부재하고, 결국 음악인(뮤지션)은 없고 '아이돌'만 있는 음악계.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 또한 거대 기획사와 방송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철저한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획사와는 달리 방송사는 책임과 역할이 따로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방송사로서는 '사태방관'만으로도 적극 협력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4) 대중예술인의 책임부재

대중예술관과 철학없이 오로지 상업적 목적 하에 움직이는 가수들은 그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음악인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고, 음악팬들은 음악을 통해 음악인의 사상을 느끼고 영향을 받습니다. 음악인을 흉내내기에 급급했던 대부분의 가수들에게서 청소년은 상업적으로 이용된 노리개라는 상처와 가요계에 대한 경멸감 외에 얻을 것이 그다지 없을 것입니다.

본래 공중파 방송에서의 가요프로그램 방영 취지는 분명 국내 가요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훌륭한 조력자이자 자양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방송사가 해야할 당연한 의무이기고 책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송사는 문화의 획일화에 일조를 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2. 사전녹화는 라이브 무대의 가능성이자 대안입니다.

록음악 무대의 사전녹화 방식은 댄스와 발라드 일색, 립싱크 일색의 현 가요계에서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1) 현 방송 시스템에서 제대로된 록 공연은 불가능

록음악을 제대로 해내려면 기존 한국 발라드, 댄스 장르와는 달리 숫적으로나 금액으로 비교하기도 힘들만큼 대형 무대장치와 음향기기 또 그에따른 전문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 방송사에는 '록 전용 라이브 무대, 음향기기, 전문 엔지니어, 편집기술자 '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태지씨가 전 분야에 직접 개입해서 연출해야했습니다. 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한,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입니다.

 

2) 몸으로 느끼고 배운 록 정신

'태지매니아'들도 대다수의 다른 팬들과 다름없이 '듣는 음악'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서태지씨가 사전녹화방식을 강행해 가면서 보여준 무대를 보면서, '몸으로 느끼는 음악감상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수동적으로 즐기는 단순 청취자의 입장이 아닌 음악인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의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대중문화선진국에서나 즐겨오던 '헤드뱅잉, 슬램' 등의 액션들을 선구자적 느낌으로 즐기고 있으며, 그 영향은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습니다.

서태지씨의 사전녹화 방식은 우리나라도 선진 문화국과 동등한 문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훌륭한 선례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이나 음악선진국가에서는 록음악을 생방송 가요무대에 세우는 일은 거의 없고, 사전녹화 형식의 무대연출이 통용화되어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시도였던 서태지씨의 사전녹화 방영 후 일반 시민들이 받은 문화적 충격 못지 않게 호응도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TNS미디어'에 의하면, 서태지씨 사전녹화분이 방영되었던 음악캠프의 시청률이 11위에서 17위를 차지한 반면, 서태지씨 사전녹화분이 방영하지 않은 날의 음악캠프 시청률은 20위권에 들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그만큼 서태지씨를 텔레비전에서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과 서태지씨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결과입니다.
(통계2. 서태지 참여 방송 시청률 자료 참조)

 서태지씨가 고집해온 사전녹화는 현 방송시스템에 저항하는 라이브 무대의 한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 귀사에서 서태지씨의 사전녹화분을 방영한 것은 우리나라 가요프로그램의 발전과 새로운 음악장르 소개하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선례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선진문화를 먼저 소개하고, 다양한 문화, 다양한 음악장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대중매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매체력과 영향력을 보유한 공중파 방송사의 역할일 것입니다.